詩 • 든 • 손

in #steemzzang17 days ago

아무리 사나운 여름 볕도
매미 소리 몇 번 울고 나면
눈물 값으로 얼마간의 그늘을 주었다

자줏빛 싸리꽃이 소나기에
연신 허리를 굽히는 날이 지나면서
서슬이 죽은 여름도 호박처럼 늙어갔다

지난 여름은 유난히 독하고 길었다
이미 알고 있는 일이지만
전봇대의 그림자만큼 길에 늘어진 더위가
과일나무 속으로 스며들었다
빨간 고추밭에서 맴을 돌고 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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9월의 시/ 조병화

인간은 누구나
스스로의 여름만큼 무거워지는 법이다
스스로 지나온 그 여름만큼
그만큼 인간은 무거워지는 법이다

또한 그만큼 가벼워지는 법이다
그리하여 그 가벼운 만큼 가벼이
가볍게 가을로 떠나는 법이다

기억을 주는 사람아
기억을 주는 사람아
여름으로 긴 생명을
이어주는 사람아

바람결처럼 물결처럼
여름을 감도는 사람아
세상사 떠나는 거
비치파라솔은 접히고 가을이 온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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Upvoted! Thank you for supporting witness @jswit.

"🌞 Ah, what a beautiful poem! 🌻 '조병화' (Jo Byeong-hwa), you have a way with words that's as refreshing as a gentle summer breeze 😊. I especially loved the lines about how we all grow heavier with our own experiences and memories, just like the weight of the summer sun ☀️. And yet, with each passing day, we also become lighter, freer to soar into autumn 🍂. Your poem is a lovely reminder to cherish those who bring us joy and memories, who help us navigate life's seasons 🌈. Thank you for sharing this delightful piece of literature! 👏 Would love to hear from more Steemians about their favorite summer memories 😊."