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성장하는 육아일기] 김득신이 되자!!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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어느 양반 가문에 ‘김득신’이라는 아이가 있었다. 어찌나 우둔한지 열을 가르쳐도 하나를 이해하는 게 힘들었다. 다른 아이들은 천자문을 넘어 논어와 시경 등 사서심경을 익혀가는데 김득신은 여전히 천자문에 머물러 있었다. 부모님은 그런 아이를 격려하며 비록 시작은 느리더라도 꾸준히 공부하면 좋은 결과가 있을 거라고 믿어주었다. 절대 재촉하거나 다그치지 않았다. 그저 아이를 믿고 기다려 주었다. 김득신 역시 자신은 할 수 있다고 믿으며 꿈을 이루기 위해 노력했다.
김득신은 남들보다 느렸지만 끈기가 있었다. 책 내용이 이해가 될 때까지 수십 수백번을 읽었다. 어떤 책은 천번을 읽었다는 말도 있다. 그렇게 꾸준히 책을 읽고 공부하던 김득신은 남들보다 늦었지만 시험에 합격할 수 있었고 높은 자리까지 올라갈 수 있었다. 재능이 없어도 노력만으로도 자신의 꿈을 이루고 성공할 수 있다는 것을 보여주었다.

둘째는 언제나 첫째에게 가려져 있었다. 무엇이든 스펀지처럼 흡수하는 첫째와 다르게 둘째는 열을 가르쳐도 하나를 이해하질 못했다. 별로 손 타는 일 없이 고분고분하게 말을 잘 듣던 첫째와 다르게 신경질적이고 날카로운 둘째는 걱정거리였다. 그러다 ‘김득신’에 대한 동화책을 읽고 생각을 달리했다. 상대적으로 부족한 둘째를 믿고 응원해주기로 했다.
아내님과 함께 둘째를 조금 더 신경쓰고 할 수 있다는 믿음을 보여주었다. 한 번 알려줘도 이해하지 못하면 열번이고 백번이고 참을성 있게 알려주었다. 그러자 둘째가 차츰 변하기 시작했다. 마치 새가 알을 깨고 새로운 세상으로 나아가는 것처럼 급속하게 성장하기 시작했다. 하루에 한 장씩 연습하던 한글이 재미있다며 몇 장씩 더 풀기도 했고, 손가락으로 겨우 셈하던 것을 이제는 암산으로 제법 잘 계산하기도 한다.
성격 또한 많이 유순해졌다. 여전히 나를 닮아 신경질적이고 급하지만 예전에 비해 차분해졌다. 열 번 화내고도 남을 상황에서 참고 예쁘게 말하는 둘째를 볼 때면 대견함과 함께 그동안 아이를 믿지 못한 내가 부끄럽게 느껴진다. 아이는 이미 충분한 잠재력을 가지고 있었지만 내 편견과 오해로 제대로 성장시켜주지 못한 불찰이었다는 생각이 든다.
먹을 것이 있을 때 항상 내 몫을 떼어 놓고 기다리는 아이, 집 비밀번호를 누를 때면 가장 먼저 달려와 환하게 반겨주는 아이, 셋째는 돌보며 지켜주는 아이, 자신의 한계를 뛰어넘으려 노력하고 인내할 줄 아는 아이, 누구보다 다정하고 배려심 깊은 아이가 바로 둘째다. 부족한 점보다 장점이 훨씬 더 많고 사랑스러운 아이다.
아이들을 볼 때면 부족한 건 아이들이 아니라 나라는 사실을 깨닫게 된다. 김득신의 부모님처럼 조금 더 아이들을 믿고 격려해주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안다고 착각하지 말고, 아이들과 함께 성장하는 부모가 되어야겠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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