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시장역사] 튤립 열풍 얘기는 대부분 구라 - 런던 킹스 칼리지 역사 교수가 들려주는 진실

in #kr7 years ago (edited)



바로 지금 비트코인도 거품이라는 얘기가 한창입니다. 하지만 과거 우리는 닷컴 주식, 1929 년 대공황, 19세기의 철도 및 1720년의 사우스시 거품을 겪었습니다.

이 모든 거품의 시대에 살던 이들은 당시의 거품을 1630년대 네덜란드에서 일어났던 튤립 구근 투기 열풍인 "튤립 열풍(tulip mania)"과 비교하곤 했습니다.

오늘날의 일부 회의론자들은 비트코인을 “튤립 열풍 2.0”이라고 부르고 있습니다.

왜 이렇게 튤립 열풍에 계속해서 집착하는 것일까요?

튤립 열풍은 분명히 흥미진진한 얘기이며, 정신 나간 시장을 일컫는 대명사입니다. 이런 면이 끊임없이 반복돼 오고 있습니다. 평범한 트위터든, 존 케네스 갤브레이스 같은 유명인사가 펴낸 고전 경제 교과서든 마찬가지입니다.

튤립 열풍은 비이성적이었다고들 합니다. 튤립 열풍은 광란이었다고들 합니다. 굴뚝 청소부에서 귀족에 이르기까지 네덜란드 모든 이들이 뛰어들었다고들 합니다. 같은 튤립 구근 또는 튤립 선물이 어떤 경우 하루에 10배나 가격이 뛰곤 했다고들 합니다.

진짜 튤립 구근을 원하는 사람은 아무도 없었고, 오직 거래를 통한 수익을 원할 뿐이었다고들 합니다. 순전히 탐욕의 현상이었다고들 합니다. 튤립은 미친 가격(집 한 채 가격)으로 팔렸고, 이런 행운은 찾아 왔다가 곧 사라져 버렸다고들 합니다.

1637년 2월에 튤립 열풍을 붕괴시키기 시작한 것은 시장에 새로 참여한 이들의 어리석음이었다고들 합니다. 절망에 빠진 파산자들은 운하에 몸을 던져졌다고들 합니다. 마침내 정부가 나섰고, 거래를 중단시켰지만, 네덜란드 경제를 구해내지 못했다고들 합니다.

흥미진진한 얘기 맞습니다. 하지만 문제는 대부분 사실이 아니라는데 있습니다.

네덜란드에서 수년간 연구 조사를 통해, “Tulipmania: Money, Honor and Knowledge in the Dutch Golden Age”를 집필하는 과정에서 다른 얘기를 알게 되었습니다. 분명 얘기는 달랐습니다.

  • 이 글을 쓴 “Anne Goldgar”가 바로 위 책의 저자입니다. 현재 영국 런던 킹스 칼리지에서 근대 역사 교수로 재직하고 있습니다.



<영화 “Wall Street: Money Never Sleeps”에서 튤립에 대해 말하고 있는 고든 게코>

튤립 열풍은 비이성적이지 않았습니다. 부와 무역망을 급속히 넓혀나가고 있던 네덜란드에서 튤립은 새로운 명품이자 사치품이었습니다. 이 명품을 살만한 사람들이 점점 더 많아지게 되었습니다.

튤립은 아름답고, 이국적이며, 향기가 좋았기 때문에 고등교육을 받은 상인층의 장식품으로 애호되었습니다. 많은 이들 튤립을 구입하는 한편, 그림도 구입했으며, 조개껍질 같은 희귀품을 수집하기도 했습니다.

당연히 가격은 상승하기 시작했습니다. 줄무늬 또는 얼룩무늬 꽃잎의 튤립이 특히 인기가 높았습니다. 이런 튤립을 재배해 내기가 어려웠기 때문에 가격이 상승했던 것입니다.

하지만 일반적으로 소중하다고 생각되는 어떤 것을 손에 넣기 위해 높은 가격을 지불하고, 다른 사람이 그것을 얻기 위해 더 높은 가격을 지불하는 것을 비이성적이라고 단정할 수는 없습니다.

튤립 열풍은 광란도 아니었습니다. 사실, 튤립 구근 거래의 상당 부분은 증권 거래소보다는 주점에서 그리고 이웃들 간에 비교적 조용히 이루어졌습니다.

또한 기업들이 다양한 지역에서 튤립 구근의 재배, 구입 및 판매를 시작하고, 전문가들의 위원회가 조직되어 거래를 감독하게 되자 거래는 점점 더 조직화되었습니다.

튤립 구근이 고작해야 5번 이상 손을 거쳤다는 얘기도 찾을 수 없었기 때문에 수백 번 거래되었다는 얘기는 터무니없는 것이었습니다. 대부분의 경우 서너 번 이하로 손을 거친 것이었습니다.



<Michiel Jansz van Mierevelt, 'Double portrait with tulip, bulb, and shell', 1606>

그리고 튤립 열풍에 대한 허황된 전염병 효과도 없었을까요? 다시 말하지만, 존재하지 않았던 것으로 보입니다. 1636년 동안 전염병이 발생하긴 했지만, 가장 최대의 가격 상승은 1637년 1월 일어났습니다. 이 시기는 전염병이 쇠미해가고 있던 때였습니다. 아마도 재산을 상속받은 일부가 튤립 구근을 사려고 돈을 조금 떼놓은 정도였을 것입니다.

가격이 높았을 수도 있지만, 대부분 그렇지 않았습니다. 그 중에서 가장 비싼 튤립 구근의 가격이 약 5,000길더(잘 꾸며놓은 집 한 채 가격)였다는 것은 사실이었지만, 내가 확인한 바에 따르면, 튤립 구근을 사는데 300길더(숙련공의 대략 1년 치 임금) 이상을 쓴 사람은 단 37명에 불과했습니다.

대부분의 구근이 훨씬 저렴했습니다. 한두 가지 예외를 제외하고, 상위 구매자들은 부유한 상인층 출신이었기 때문에 구근을 살만한 여유가 있었습니다.

구근 거래에 굴뚝 청소부나 직공 등 모든 이들이 뛰어들었다는 것도 사실과 거리가 먼 얘기입니다. 숫자도 비교적 작았을 뿐만 아니라 주로 상인층과 숙련된 예술가 계층이었습니다. 구매자와 판매자 대부분은 서로 혈연, 종교 또는 이웃으로 연결되어있었습니다. 판매자는 주로 아는 이들에게 팔았던 것입니다.

시장이 붕괴된 것은 순박하고 잘 모르는 이들이 시장에 들어와서가 아니라, 공급 과잉과 1637년 들어서 첫 5주 동안 크게 상승했던 가격이 지속 불가능할 것이라는 두려움 때문이었습니다.

실제로 구할 수 있는 구근도 없었습니다. 전부 땅속에서 자라나고 있었습니다. 또 5월 또는 6월경에 구근이 인도될 수 있을 때까지 자금이 교환되지도 않았을 것입니다.

따라서 2월의 시장 붕괴로 자금 손실을 본 이들도 단지 개념적으로만 그러했습니다. 나중에 돈을 받지 못했을 수도 있습니다. 1636년 여름이후 장부상으로 튤립을 구매하고 판매했던 이들 누구도 손실을 보지 않았습니다. 지불을 기다리던 사람들만 곤란에 빠졌고, 이들마저 손실을 감당할 수 있는 이들이었습니다.



<Hans Bollongier, 'Floral still life', 1639>

운하 몸을 던져 목숨을 버린 사람도 없었습니다. 이 기간 동안 튤립 열풍으로 치명적인 재정적 손실을 입어 파산했다는 사람을 단 한 명도 찾아내지 못했습니다.

만일 튤립 구매자와 판매자가 파산 기록에 오르려면, 이들이 그로 인한 파산으로 다른 이들에게 보유 주택과 물품을 매각했다는 기록이 남아있어야 합니다. 하지만 그런 기록이 없다는 것은 여전히 쓰고 살만한 돈이 있었다는 뜻입니다.

네덜란드 경제도 완전히 영향을 받지 않았습니다. "정부"(연방 네덜란드 공화국이었으므로 적절한 용어는 아님)는 거래를 중단시키지 않았고, 실제로 분쟁을 해결해 달라는 일부 거래자들과 시의회 요구에 천천히 그리고 망설이듯 반응했습니다.

네덜란드의 지방 법원은 이들에게 스스로 대화를 통해 해결해 볼 것을 권유했고, 법원은 관여하지 않기 위해 노력했습니다. 정부 규제 같은 건 없었던 셈입니다.



<Jan Brueghel the Younger, 'Satire on Tulip Mania', c1640>

그렇다면 왜 이런 신화 같은 얘기가 지금까지 이어진 걸까요?

몇 명의 작가와 이들이 펴낸 베스트셀러 탓이라고 볼 수 있습니다. 시장이 붕괴된 후인 1637년, 풍자적인 노래를 즐기는 네덜란드 전통상 이 얘기를 풍자한 노래가 나오기 시작했고, 여기에 참여한 이들을 조롱하는 그림이 나돌았습니다.

이런 내용이 17세기 후반 작가들에 의해, 그리고 이어 18세기 후반 독일 역사 작가들에 의해 개작되었고, 그런 글들이 엄청난 인기를 끌게 되자, 다시 영어로 번역되었습니다.

이 영어로 번역된 책이 바로 찰스 맥케이(Charles Mackay)가 1841년 펴낸 “Extraordinary Popular Delusions and the Madness of Crowds(번역서: 대중의 미망과 광기)”였습니다. 이 책 역시 엄청난 인기와 성공을 거두었습니다.

맥케이가 튤립 열풍에 대해 말한 내용 중 상당 부분은 1637년 당시의 풍자 노래에 바로 그대로 나온 것들입니다. 그리고 이 내용들이 금융 관련 웹 사이트, 블로그, 트위터 및 “A Random Walk down Wall Street(번역서: 시장 변화를 이기는 투자)”같은 인기 금융 서적에서 그대로 끊임없이 반복 인용되게 됩니다.

하지만 이를 통해 우리가 듣고 있는 내용은 17세기 상황에 대한 17세기 사람들의 공포를 들려주는 것뿐입니다.

실제로 시장을 붕괴시킨 것은 시장에 새로 온 사람들 때문이라거나, 튤립 구근을 거래하던 이들의 어리석음과 탐욕이 과도해서 때문이라고 다룰 문제는 아니었습니다. 하지만 그런 점과, 부의 분배의 거대한 변화로 인해 나타난 사회적 및 문화적 변동은 당시에도 두려움이었고, 오늘날에도 마찬가지로 두려움입니다.

투자자들에게 어리석은 짓하지 말라고 경고하거나, 누군가 좋은 것이라고 떠드는 곳에는 다가가지 말라고 경고하기 위한 수단으로 튤립 열풍이 계속해서 거론될 것입니다.

하지만 튤립 열풍은 역사적 맥락에서 바라봐야 할 역사적인 사건이지, 비트코인을 “튤립 열풍 2.0”이라고 해서는 안 됩니다.

<출처: The Conversation, "Tulip mania: the classic story of a Dutch financial bubble is mostly wrong">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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저 또한 사료와 다른 학술자료를 찾아본 결과 튤립 거품은 있었지만 그것으로 네덜란드의 경제가 폭망했다는 결론까지는 도달할 수 없었습니다.
튤립에 대한 투자는 네덜란드의 당시 상업, 금융, 무역적 특수성에 힘입어 새로운 투자 가치 상품을 발굴해낸 자본가들에 의해 주도된 것이고, 거기에 따른 투기과열양상을 서민들의 본격적인 진입이 야기한 것이라고는 보기 힘들더군요.
다만 그 사건으로 인해 네덜란드가 유럽의 무역과 금융 주도권에서 밀린 것은 사실로 보입니다.
생각했던 것처럼 네덜란드가 알거지가 되어서 몇 세대에 걸쳐 경제 부흥을 다시 해야했다는 기록은 어디서도 찾아볼 수없었습니다. 사람들 입에 오르내리는 얘기와는 많이 달랐어요.
south sea의 경우에도 과욕을 부린건 투자자들이 아니라 The South Sea Company의 헛된 과욕이 원인이라는 걸 알게 되었구요.
또 한가지, 사람들은 튤립 광풍이 꺼진 이후로 네덜란드 전역에 튤립이 쫙 깔려 진정한 튤립의 나라가 된 것을 알면서도 간과하고 있다는 흥미로운 사실도 감지할 수 있었습니다.

이런 사실들을 처음에는 여러 주위 사람에게 말해주다가, 정보에 제대로 접근하려고 하지 않고 단편적인 것만 흡수하고 판단하려는 군중심리상, 그런 것들에 세세하게 사람들에게 얘기해봤자...
언론급의 전파 능력을 갖지 않은 사람이라면 아무리 얘기해도 인식의 변화를 가져올 수 없기에 그냥 차라리 입다물고 저만 알고 있는 중이었습니다.

본문과 oprth님의 댓글을 읽고 나니 튤립 버블이란 것에 대해 시야가 넓어졌네요~~~ㅎㅎㅎ 좋은 댓글 감사합니다~~~^^

저 또한 많이 배우고 갑니다. 팔로우하고 업보트하고 갑니다. 감사드립니다.

기존의 "튤립 열풍"은 "튤립 혁명"으로 직시해야되겠네요~

두분 모두께 보팅하고 갑니다. 정말로 감사합니다!

@pius.pius님 안녕하세요. 모찌 입니다. @joeuhw님이 이 글을 너무 좋아하셔서, 저에게 홍보를 부탁 하셨습니다. 이 글은 @krguidedog에 의하여 리스팀 되었으며, 가이드독 서포터들로부터 보팅을 받으셨습니다. 축하드립니다!

튤립열풍이 꺼지고 네덜란드에게 진짜로 남은 건 고부가가치의 원예사업이라는 걸 아무도 주목하지 않지요... 네덜란드가 화훼 수출이 세계 52%에 달합니다. 좋은 글 잘읽었습니다.

이게 버블의 핵심인것같아요
튤립버블은 네덜란드에 원예사업을 남기고
철도버블은 철도를 남기고
닷컴버블은 it기업들을 남겼죠

정말 좋은 포스팅입니다. 보는 시각이 넓어진 느낌입니다.
포스팅 앞으로도 기대하겠습니다!!

와 이런 비하인드 스토리가 있었군요 ㅎㅎㅎ
17세기의 FUD 네요 !

재밌게 읽었습니다. 좋은글 감사합니다 :)

오호... 튤립 버블이라는게 그런 뒷배경이 있었군요.

와 몰랐네요!!!!!! 역시 아는게 힘입니다^^

몰랐던 사실을 알게됐네요...^^ 번역 감사드립니다. 자주 놀러오겠습니다.

역시 피우스님 ! 새로운 사실을 알고 가네요 결국 튤립버블은 있었지만 감당할만한 것이였고 확대 해석한 내용이였군요

역시 사람들은 자신이 유리한 이야기만 편향시켜서 말하는 경향이 있네요 @홍보해