바이든의 대북정책구상의 의미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구상이 발표되었다. 한반도의 비핵화를 전제로 실용적이고 조정된 새로운 접근법을 유지한다는 것이다. 이에 대해 권정근 북외무성 미국담당국장은 미국이 주장한 외교와 단호한 억지란 구시대적 발상에 불과하다며, 바이든 행정부의 대북정책을 평가절하하고 있다.

바이든 대통령의 발언을 외무성 국장이 반박하는 것은 미국이 생각하는 실무접근은 없을것이란 것을 상징적으로 보여주는 것으로 해석할 수 있다. 누가 어떻게 발언하는가에 따라 의미가 다르기 때문이다.

그럼에도 불구하고 미국의 대북정책구상에는 주목할 점이 있다. 그동안 바이든 행정부는 한반도 비핵화가 아니라 북한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했었다. 그런데 이번 정책구상에서는 한반도 비핵화란 용어를 사용한 것이다. 기존의 입장에서 상당한 정도로 후퇴한 것으로 보아야 한다.

바이든 행정부가 그동안 주장하던 북한비핵화라는 용어에서 한반도 비핵화라는 용어로 돌아간 이유는 무엇일까 ? 첫째, 북한과 대화를 위한 여건을 조성하기 위한 방편으로 볼 수있다. 북한이 부정적인 입장을 내보인 것은 더 이상 대화를 위한 대화를 하지 않겠다는 것을 의미한다. 그렇다면 미국의 입장은 북한을 핵보유국가로 인정을 위한 제스츄어일 가능성이 더 크다.

많은 사람들이 생각하고 있는 것과 달리 미국이 북한에 의해 코너로 몰리는 상황일지도 모르는 것이다.

미국이 어떤 입장이든 간에 본격적인 대북정책은 문재인이후의 정권과 함께 구체화될 가능성이 높다. 그런 점에서 우리나라 외교부가 북미대화여건조성 운운하는 것은 분위기를 파악하지 못한 것이거나 상황을 제대로 파악하지 못한 것이라 하겠다.

특히 문재인이 뉴욕타임즈에서 보여준 행동방식은 미국의 정책입안자들 입장에서는 결코 용납하거나 수용하기 어렵다. 문재인은 정치지도자가 아니라 일개 대학교수 연구자나 할 수 있는 이야기를 해버렸다. 그런 상대와 대북정책을 같이한다는 것은 어리석은 일이라고 생각할 것이다.

앞으로 한국은 북미대화와 협상에서 소외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차기 정권으로 가장 유력하게 보이는 윤석열은 너무 분명한 대외정책방향을 제시하는 바람에 융통성있는 행보를 취하기 어렵다. 물론 본인의 입이 아니라 김성한의 입으로 나온 이야기이기 때문에 아직 속단하기는 어렵지만, 그 생각의 범주는 크게 바뀌지 않을 것이다.

만일 윤석열이 고착된 냉전적 수구주의자들의 대북정책과 대외정책방향을 그대로 고수한다면 북미협상에도 아무런 영향력을 행사하지 못할 것이다. 윤석열은 정권내내 통미봉남이 어쩌니 하는 소리에 시달리게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미국의 입장에서도 북미정책 수행에 아무런 도움이 되지 못하는 윤석열을 어떻게 볼 지 모르겠다.

북한이 윤석열에 대해 강력한 비난을 퍼붓고 있었던 것은 그의 입장과 태도를 이미 간파했기 때문이 아닌가 한다.

정치지도자가 융통성있는 대외정책을 구사하려고 하면 여지없이 그런 애매모호한 태도는 한국이 이익에 역행한다는 비난이 쇄도한다. 주로 미국중심주의자들이 그런 입장을 취한다. 그들은 대외정책에서 분명한 입장이라는 것이 어떤 결과를 초래하는가를 제대로 공부하지 않는자들이다. 지적으로 게으르거나 자신의 이익이 한국이 아니라 미국과 같기 때문에 할 수 있는 이야기를 서슴지 않고 할 수 있는 이유는 무엇일까 ?

바이든 행정부가 대북정책 구상을 발표했지만, 실제 구체적인 방안이 나오는 것은 한국에서의 권력교체이후인 2022년 4월이후가 될 것이다.

차기대선에서 가장 중요한 이슈는 경제가 아니라 대북정책과 대외정책이 될 가능성이 매우 높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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